정책 불신 커지는 분위기 속 정부는 "추가대책 강구"
표준임대료·전월세상한제 등 거론
세입자 의사표시 명문화 '홍남기 방지법' 조만간 나올 듯
시장에선 "규제 일변도 정책은 시장 왜곡시키기만 할 뿐"
서울 송파구 아파트단지 밀집지역에 위치한 부동산. /뉴스1
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싸늘하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 방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시장을 옥죄면 부작용만 더 커질 수 있다”며 규제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표준임대료나 전월세상한제 등을 예상하고 있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가격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전월세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추가 대책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세난 추가 대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에서는 현재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그간 ‘시장과열이 있는 곳은 반드시 규제한다’는 정부의 태도를 봤을 때 추가 대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유력하게 거론되는 안은 표준임대료나 전월세상한제를 신규계약까지 확대하는 규제책이다. 이 밖에도 세입자에게 전세계약갱신권을 한번 더 부여하는 ‘2+2+2’ 제도나 월세로의 전환을 돕는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이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은 무조건 규제에 집중된다고 볼 수 있다”며 “다음에 나올 정책도 공급 대책보다는 전세가격을 통제하는 식의 방법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내년 1월까지 비워줘야 하는 마포 전셋집 (왼쪽). 지난 8월 매도 계약한 의왕 아파트(자료 한경DB)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기존 세입자가 계속 살기로 했는지, 이사를 결정했는지 등 정보를 명확하게 표기하도록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등을 손 보게 된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이후 기존 세입자의 변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매매거래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 포기를 밝혔다면, 퇴거해야 한다. 세입자가 의사 표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갈등이 커졌다. 개정되는 시행규칙에는 이러한 기준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은 “집값은 올려놓고 전세가도 올려놓고 다 올려서 아무도 안들어온다고 전세 값 못 준단다…이게 나라입니까”라며 격한 표현으로 전세가격 상승에 대해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 방향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지난 20여 차례 부동산 대책의 슬로건은 항상 ‘집값안정’을 외쳤지만, 실상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집값 안정보다는 오히려 집값을 어느 정도 올리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영등포구에서 전세를 구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33)는 “주택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따라 가격과 거래량이 결정되는 재화 중 하나인데 지금 정부는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해 시장 기능을 교란시키고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집값, 전세난 등을 해결하지 못할 거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장을 내버려뒀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 송파, 강남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앞서 정부·여당은 임대차법 개정을 밀어붙인 바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전셋집 급감,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급등을 우려했지만 소용 없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8월 “임대차법이 안착하면서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국회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함께 마음을 모아서 극복하면 전세 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같은 대책에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매매·전세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8주 연속 0.01% 오르고 있다.
전세가격도 마찬가지다. 상승폭은 다소 축소됐으나 무려 68주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전세난은 외곽지역을 넘어 경기, 인천 등 수도권으로 번지고 있는 중이다. 급기야 강서구 한 아파트 단지의 전셋집을 얻기 위해 10여 팀이 줄을 서고 제비 뽑기를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안그래도 부족하던 전세가 임대차3법 이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한 매물이 됐다”며 “6·17, 7·10 대책에 이어 7월 말 임대차3법이 나올 때까지 매번 집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이 사라졌는데 또 대책을 내놓으면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세입자들의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안혜원 /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ift.tt/319YHVA
비즈니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