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레인코트를 입고 안경을 쓴 한 젊은 여성이 유튜브 채널에 등장, 북한의 수도 평양 시내를 둘러보며 유창한 영어로 “평양의 모든 건물들이 겨울 먼지를 없애기 위해 대대적인 청소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름이 ‘은아’인 이 여성은 또다른 영상에선 운동복과 스니커즈를 갖춰입고 대동강을 따라 조깅한다. 그는 “오늘은 북한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뭘 하는지 보여드릴게요. 사람들은 주로 농구와 배구, 탁구 등의 스포츠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라고 설명한다.
최근 북한이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대외 선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이 해외 선전을 위해 조선중앙TV 등 국영 언론에 의존해왔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서구 기반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아’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은 ‘진실의 메아리(Echo of Truth)’로 구독자가 2만3000여명에 이른다. 2017년에 만들어졌으며 지난해부터 수십여개의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다. 채널은 주로 평양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소비 트렌드 등을 소개한다.
은아는 북한산 놋쇠그릇에 대해 설명하는가 하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코로나19 발발 이후 평양 시내에서 생필품이 떨어졌다는 외신 보도를 의식한 듯 현대식 슈퍼마켓을 방문해 식료품과 화장지, 소독제로 가득찬 선반을 카메라에 비추기도 한다. 이 채널은 8600명의 팔로워를 가진 한 트위터 계정과도 연결돼 있다.
또다른 유튜브 채널인 ‘New DPRK’은 아예 남한 주민들은 대상으로 한다. 한국어로 설명되는 이 채널은 평양 시내의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 가정들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주요 웹사이트들은 보안법에 따라 한국에서 차단되고 있지만 유튜브 채널의 경우 접근이 가능하다.
NPR은 “누가 이같은 영상을 만들고 유포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북한 당국 또는 북한의 국영 미디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미 정부에서 북한 분석가로 활동했던 레이첼 민영 리는 “북한 정권이 어떤 식으로든 지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방식의 선전을 통해 북한은 ‘독재자가 지배하는 가난한 나라, 자유가 없는 나라’라는 고정관념을 없애려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 선전 방식의 새로운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채널은 평양 외 다른 지방도시나 시골의 모습은 여전히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NPR은 지적했다. 유엔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40%는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August 13, 2020 at 01:1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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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트위터’로 ‘산뜻하고 밝은 평양’ 선전하는 북한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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